프로젝트명 | 사회의 질과 사회구성원의 건강: 사회변화의 결과이자 원인으로서의 마음건강 비교연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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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관 | 한국연구재단 |
연구기간 | 2017-07-01 ~ 2020-06-30 |
연구책임자 | 구혜란 |
최근 한국에서 정신건강(mental health), 또는 마음건강(mind health)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는 지난 70년 간 성공적인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취로 물질적 풍요와 정치사회적인 자유를 누리는 가운데에서도 한국인의 마음은 피폐해지고 있다는 우려와 맞물려 있다. 사회 전반에 우울, 불안, 공포, 분노, 좌절, 모멸감, 무기력 등의 감정들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과(김왕배, 2010; 김태형, 2010, 2013; 김찬호, 2014; 정수남, 2010) OECD 최고수준의 자살률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탈산업사회, 탈근대사회로의 전환과정에서 서구사회가 경험한 사회적 위험의 개인화, 빈곤, 실업, 양극화 등은 이 사회 내 구성원들의 정신건강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30개 유럽국가 인구의 38%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으며(Wittchen et al., 2011), 선진국에서 정신질환으로 인한 부담은 심장혈관질환이나 암으로 인한 질병부담보다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WHO, 2008).
경제적 곤란으로 인한 자살, 실업과 극심한 경쟁으로 인한 불안과 공포, 사회적 불공정과 불평등에 대한 분노와 좌절은 개인의 심리적인 현상이나 정신적 문제로 환원할 수 없는 사회적 기원을 가진다. 개인의 생애과정과 함께 사회적인 사건의 경험, 사회구조와 사회변화의 무게는 개인의 삶에 긴장과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과 사회 내 물질적, 사회적 자원의 분포 등은 사회구성원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이다. Friedli(2009)는 정신건강과 회복탄력성, 그리고 불평등 간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고한 바 있으며, Wilkinson과 Pickett(2010)는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개인의 정신건강이 더 나쁘게 나타난다는 점을 경험적으로 보여주었다. 취약한 정신건강은 사회구조적 산물, 특히 불평등과 상대적 박탈 등으로 인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를 다시 재생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때문에 정신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은 개인의 삶의 질뿐 아니라 사회불평등을 완화시키는데 기여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신건강이 사회구조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 그래서 사회구조와 환경의 차이가 국가 간의 정신건강 수준의 차이를 가져온다는 사실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사회 내 정신건강 문제는 개인 수준의 문제해결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공동체와 국가수준에서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과 두 번째는 일반 국민의 정신건강을 유지하고 증진시킬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규명하고 이러한 조건을 만들어나간다면 공동체의 정신건강과 사회적 발전을 증진시킬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 2005)는 정신건강을 삶의 질에 기반이 되는 것으로 신체건강뿐 아니라 타인과 관계를 맺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자원으로써 개인의 성장과 회복탄력성(resilience) 강화는 물론 국가경제의 생산성과 사회통합을 증진시키는데 중요한 요소로 규정하고 국가적, 지역적 차원에서 정신건강 증진에 힘쓸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오랫동안 정신건강의 사회적 중요성에 주목해온 영국의 경우 정부차원에서 ‘정신건강 없이 건강은 없다(No health without mental health)’는 점을 인식하고 일반인의 정신건강 증진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HM Government, 2011).
이처럼 선진국에서 전체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정신건강과 사회적 조건 및 환경 간의 관계에 대한 폭넓은 연구와 정책적 개입이 진행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은 아직까지 정신건강의 문제를 개인수준의 의학적, 심리학적 질병으로 접근하고 있는 경향이 강하다. 때문에 정신건강을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보다는 개인 수준의 치료와 예방을 통해 문제가 있는 개인과 환자를 줄이는 방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결과적으로 학문적 연구와 정부의 정책개입은 국민 전체의 정신건강보다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개인이나 아동, 청소년, 노인, 이주노동자, 탈북자, 특정 직업집단 등과 같은 타켓집단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노성원 외, 2014; 채정호, 2007). 2016년 정부는 WHO의 권고기준에 맞추어 정신건강 종합대책(보건복지부 외, 2016)을 발표한 바 있으나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전체 인구집단의 정신건강을 측정하는 도구와 지표가 부재하다. 정부가 제시한 국민정신건강 척도는 행복이나 삶의 만족도 지수, 정신질환 유병률,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 등에 불과하다. 그러나 행복이나 삶의 만족도만으로는 국민의 정신건강을 측정할 수 없으며, 질병중심의 제한된 접근으로는 정신건강의 복잡한 양상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이 연구의 목적은 1) 한국인의 마음건강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고 2) 이를 활용하여 사회구조와 사회변화에 대한 집합적인 경험들이 공동체 구성원의 마음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또한 3)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국가들과 마음건강 간의 관계를 비교분석하여 마음건강을 높일 수 있는 사회적 조건들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고, 4) 건강한 마음, 또는 정신이 집합적으로,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검증해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어떤 조건에서 사회구성원의 정신건강이 높아지는지, 그러한 조건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적절한 정책적 개입의 형태는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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